추세추종 투자 전략 심층 분석
1. 추세추종 전략의 이론적 배경과 역사적 기원
추세추종 (Trend Following) 전략은 시장 가격의 추세를 따라 매매하는 기법으로, 20세기 중반부터 체계화되었습니다. 이 전략의 기원에는 여러 선구적 인물이 있으며, **리처드 돈치안(Richard Donchian)**은 흔히 “추세추종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돈치안은 1940년대에 가격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돈치안 채널 지표를 고안했고, 이는 일정 기간(예: 20일)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이용한 단순한 돌파 매매 기법입니다. 이러한 돌파 전략은 중요한 추세를 파악하여 따라붙는 규칙기반 시스템의 시초가 되었고, 이후 관리선물(Managed Futures) 펀드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돈치안의 아이디어를 계승한 대표적인 인물로 **에드 세이코타(Ed Seykota)**가 있습니다. 세이코타는 1970년대 초에 컴퓨터를 활용한 시스템 트레이딩을 개척하여 초기 자금 $5,000을 12년 만에 $1,500만 이상으로 불린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이동평균 등의 기술적 지표를 활용한 규칙 기반 추세추종 시스템을 운용했고, 손실을 신속히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원칙으로 유명합니다. 세이코타의 성공은 추세추종 전략의 효과를 입증하며 이후 많은 트레이더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 다른 역사적 사례로 1980년대 **거북이 실험(Turtle Traders)**이 있습니다. 유명 트레이더 Richard Dennis와 William Eckhardt는 **“트레이더는 길러질 수 있는가”**를 놓고 내기를 했고, 선발된 초보자들에게 몇 주간 규칙 기반 추세추종 매매를 교육했습니다. 이들은 돈치안 채널 기반의 돌파 매매와 위험관리 규칙을 따르는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5년간 약 1억 7천5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실험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거북이 실험의 핵심 규칙은 (a) 추세추종: 장기 가격 추세 식별 후 추종, (b) 돌파 진입: 가격이 최근 20일 또는 55일 최고/최저를 돌파하면 매수 또는 매도 진입, (c) 포지션 사이징: **평균 실제 범위(ATR)**로 시장 변동성을 측정해 종목별 포지션 규모를 조절, (d) 피라미딩: 수익 나는 포지션에 추가 진입하여 강한 추세에서 최대 이익 추구, (e) 엄격한 손절매: 2ATR 이내 등 일정 범위 역행 시 손실을 제한하는 정량적 손절 규칙, (f) 규율 준수: 시스템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훈련된 심리 등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체계적 추세매매의 재현 가능성과 교육의 효과를 입증했고, 이후 많은 현대 트레이더와 헤지펀드가 유사한 전략을 발전시켰습니다.
2. 대표적인 기술적 지표를 활용한 추세추종 분석 방법
추세추종 전략은 기술적 분석 지표를 활용해 현재 시장의 추세 방향과 강도를 판단합니다. 아래와 같은 지표들이 널리 사용됩니다:
- 이동평균선 (Moving Average, SMA/EMA): 가장 기본적인 추세 지표로, 일정 기간 동안의 가격 평균을 계산하여 노이즈를 줄이고 추세를 시각화합니다. **단순 이동평균(SMA)**과 **지수 이동평균(EMA)**이 흔히 쓰이며, 단기 이동평균선과 장기 이동평균선의 교차로 추세 전환 신호를 포착합니다. 예를 들어 50일선이 200일선을 상향 돌파하면 골든크로스로서 상승추세 진입 신호로 보고 매수하며, 반대로 하향 교차(데드크로스)하면 하락추세로 판단해 매도 또는 현금화합니다. 또한 주가가 주요 이동평균 위에 있느냐 아래에 있느냐도 추세 여부를 가르는 데 활용됩니다. 이동평균은 후행 지표이므로 신호가 다소 늦을 수 있지만, 큰 추세에 올라타고 폭락장에서 회피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동평균선을 활용한 200일 추세 필터 예시. 좌: 가격이 200일 이동평균 위에 있으면 상승 추세로 간주하여 매수 유지, 아래로 떨어지면 하락 추세로 보고 매도함. 우: 이동평균 필터의 장점과 한계 – 추세 필터로 노이즈를 제거하지만 후행성으로 단기 반등을 놓치거나 잦은 **거짓 신호(whipsaw)**가 발생할 수 있음.
- MACD (이동평균 수렴·확산 지수): MACD는 두 이동평균 간의 관계를 이용한 모멘텀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12일 EMA와 26일 EMA의 차이를 계산하여 MACD 선을 만들고, 그 9일 EMA인 신호선과의 교차를 분석합니다. MACD 값이 양수이고 MACD선이 신호선을 상향 돌파하면 상승 추세 및 모멘텀 강화 신호로 매수 관점이 되며, MACD가 음수로 내려가거나 MACD선이 신호선을 하향 이탈하면 약세 추세 전환 신호로 봅니다. MACD의 0선 교차 역시 중요하여, MACD가 0 위에 머물면 추세 상승 국면, 0 아래면 추세 하락 국면으로 분류합니다. MACD는 추세와 모멘텀을 함께 보여주기에 추세추종 전략의 진입·청산 타이밍을 세밀하게 잡는 데 활용되며, 특히 다이버전스(가격와 MACD 추세의 괴리)도 추세 약화 신호로 참조됩니다.
- ADX (평균 방향성 지수): ADX는 추세의 강도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DI와 -DI(방향성 지표)로 가격의 상승/하락 압력을 계산하고, ADX는 그 추세 강도의 평균값을 0~100 범위로 나타냅니다. ADX 자체가 25를 넘으면 추세가 강함을 의미하고, 20 미만이면 뚜렷한 추세 없이 횡보(약한 추세) 상태로 봅니다. 이를테면 +DI가 -DI를 상향 돌파했을 때 ADX가 25 이상이면 강한 상승 추세 진입을 확인하는 신호로 여겨 매수 포지션에 더 자신 있게 참여하고, 반대로 ADX가 계속 20 이하에 머무르면 추세거래를 피하고 관망하거나 역추세 전략을 고려합니다. ADX는 추세의 방향이 아니라 강도만 표시하므로, 다른 지표와 함께 추세 확인용 필터로 많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돌파 매매 시에도 ADX가 일정 수치 이상 상승하는지 확인하여 거짓 돌파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 볼린저 밴드 및 채널 계열 지표: 볼린저 밴드는 이동평균선에 표준편차 기반의 밴드를 그려 변동성을 표시하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20일 이동평균을 중심으로 ±2표준편차 범위의 밴드를 사용하며, 가격이 상단 밴드를 연속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은 강한 상승 추세 (밴드 워킹)로 해석됩니다. 추세추종 관점에서는 밴드 폭이 급격히 확장되며 상단 또는 하단 밴드 돌파가 일어날 때 추세 시작 신호로 간주하여 돌파 방향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돈치안 채널과 같은 가격 채널 지표도 사용되는데, 일정 기간 중 최고가 돌파 시 매수, 최저가 이탈 시 매도하는 방식입니다. 돈치안 채널은 앞서 언급한 거북이 실험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된 지표로, 20일 또는 55일 가격 돌파를 추세 진입 신호로 활용했습니다. 이렇듯 채널 돌파 전략은 단순하지만 추세 형성 시 매우 효과적이며, 변동성 돌파 전략(전일 가격 범위의 X배 돌파 시 진입 등)과 함께 시장 급등락에 올라타는 추세 매매로 널리 쓰입니다.
- 추세선 및 브레이크아웃 전략:** 차트에 추세선(상승 추세선은 저점 연결, 하락 추세선은 고점 연결)을 그어 추세 유지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가격이 추세선을 돌파하면 추세 변화로 보고 매매 결정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장기간 이어진 저항선 상향 돌파는 추세 전환의 신호로 새로운 상승추세 시작을 뜻하며 매수 계기로 삼습니다. 이러한 수평 돌파 또는 차트 패턴 돌파(예: 삼각수렴 상단 돌파)는 기술적 브레이크아웃 전략의 핵심으로, 강세장에서 전 고점 돌파 시 추격 매수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추세추종 전략과 맥을 같이하며, 돌파 이후 추세가 지속되면 수익을 얻고, 돌파 실패 시 짧은 손절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추세선, 지지·저항 돌파 전략은 시각적으로 명확하여 많은 트레이더가 활용하며, 자동화된 시스템에서도 최근 N기간 최고가/최저가 돌파 규칙 등으로 구현됩니다.
3. 추세추종 전략의 실전 적용 사례 (주식·선물·암호화폐)
추세추종 전략은 자산 종류와 시장을 불문하고 폭넓게 적용되어 왔습니다. 국내외 주식시장, 선물시장, 암호화폐 시장 등에서의 대표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글로벌 선물 및 통화 시장 (CTA 펀드): 추세추종 전략은 특히 선물(Futures)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많은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펀드들이 수십 개의 선물 종목(주가지수, 통화, 금리, 원자재 등)에 동시 투자하면서 분산된 추세추종 전략을 운영합니다. 이들은 자산군을 폭넓게 분산하여 어디선가 발생하는 추세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실제로 추세추종 CTA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식이 폭락할 당시 공매도 추세로 큰 이익을 내는 등, 전통 자산이 폭락하는 위기 국면에 오히려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요 CTA 펀드들의 평균을 나타내는 SG CTA 지수는 2008년에 약 +13%의 수익을 기록하며 주식 하락장과 상관없는 **크리스 알파(crisis alpha)**를 보여주었습니다(동년 S&P500 약 -37%). 최근 2022년에도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였던 가운데 다수의 추세추종 펀드들이 두 자산군의 하락 추세를 타고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실적들은 추세추종 전략이 포트폴리오 분산 및 헤지 수단으로 가치가 있음을 실증합니다.
- 국내 주식 및 파생시장: 한국 시장에서도 추세매매 기법이 활용되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 선물을 이용해 200일 이동평균 전략을 적용한 경우,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COVID-19 급락장에서 지수 하락 초기에 자동으로 현금화하여 낙폭을 줄이고, 이후 추세 반전 시 재진입하여 반등 구간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개별 주식에도 추세추종형 시스템 트레이딩이 쓰이는데, 이동평균 돌파나 변동성 돌파 전략으로 테마가 붙은 주식의 급등 추세에 편승하거나 급락 이탈 시 공매도를 하는 식입니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은 과거 박스권 횡보 기간이 길었던 적도 있어 추세추종 전략이 잦은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장기 우상향 추세를 활용한 타이밍 전략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예컨대, 200일 이동평균을 기준으로 코스피 종합지수가 그 아래에 있을 때는 일시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였다가 추세가 회복되면 다시 투자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와 같은 대폭락을 피했다는 백테스트 보고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퀀트 펀드나 로보어드바이저들도 이동평균·모멘텀 지표를 활용한 추세 필터를 적용하여 리스크 관리형 투자를 구현하기도 합니다.
- 나스닥 등 해외 주식시장: 해외 주식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극적인 추세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로 나스닥 지수가 약 -80% 폭락할 때, 추세추종 전략은 비교적 일찍 시장에서 빠져나와 현금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03~2007년, 그리고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장기 상승장에서 추세 전략은 꾸준히 복귀하여 상승 추세를 함께 누리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급락과 같은 하락 추세 때는 다시 포지션을 축소함으로써 누적 수익의 대폭 손실을 방지했습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장기 투자자들도 200일선과 같은 추세 지표를 참고하여 장기 약세장 회피 전략을 취하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 암호화폐 시장: 암호화폐는 24시간 거래되고 변동성이 매우 큰 시장으로, 추세추종 전략이 두각을 나타낸 영역입니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2017년이나 2020-2021년의 급격한 강세 추세에서 추세추종 전략은 상승 추세 초기에 매수 진입하여 상승 기간 동안 보유함으로써 큰 수익을 내고, 2018년 초나 2022년 초와 같이 장기 하락장이 시작될 때 매도 신호를 통해 시장에서 이탈하여 폭락을 피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2015년~2024년 기간 비트코인 데이터로 추세추종(고점 돌파 매수) 전략과 평균회귀(저점 매수) 전략을 비교했는데, 추세추종 전략이 더 높은 누적 수익과 낮은 최대 손실을 기록하여 효과적임을 보였습니다. 다만 암호화폐는 변동폭이 워낙 커서 잦은 신호와 거래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단기 추세추종은 수익이 상당히 상쇄되므로, 암호화폐에는 긴 기간의 이동평균이나 주봉/월봉 차트 기반 추세 전략 등 완만한 추세 필터를 쓰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관 투자자들도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에 추세추종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높은 유동성·변동성 덕분에 적절한 **포지션 사이징(변동성 조절)**만 한다면 기존 자산군 못지않게 추세 매매가 통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4. 추세추종 전략의 장단점
추세추종 전략은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며, 이는 시장 환경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됩니다.
① 장점:
- 강한 추세에서의 높은 수익성: 가장 큰 장점은 큰 추세를 잡으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손실은 작게, 이익은 크게”**라는 격언처럼, 추세추종 시스템은 연속된 작은 손실을 감수하다가도 일단 강한 추세가 발생하면 그 흐름을 최대한 오래 타면서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예컨대, 주식시장이 장기간 우상향 추세를 탈 때 끝까지 보유하여 복리 수익을 누리거나, 하락 추세에선 공격적으로 숏포지션을 유지해 큰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추세추종 펀드들은 몇 년에 한 번 오는 트렌드 대폭발 시기에 수년 치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양호한 기대수익은 시간에 비례한 양의 수익 기댓값(Positive Expectancy)을 만들어내며, 장기간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분산 투자와 결합하면 샤프 지수 등 위험조정 수익률도 개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대폭락 회피 및 자본 보존: 추세추종 전략은 크게 하락하는 장세에서 손실을 제한하는 데 유용합니다. 하락 추세가 확인되면 현금화 또는 숏전환하기 때문에, buy-and-hold로 큰 폭락을 다 견뎌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최대 낙폭(MDD)**이 줄어들어 자본 보존이 용이합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시 또는 2008년 금융위기 시 200일 이동평균 전략은 비교적 일찍 시장에서 이탈하여 절반 이하의 낙폭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낙폭이 작으면 이후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이 낮아져 복구가 훨씬 수월하고, 심리적으로도 투자 지속이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추세추종은 큰 손실만 피할 수 있다면 장기 복리효과로 승률이 낮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습니다.
- 규율 기반 투자와 감정 배제: 추세추종 전략은 일반적으로 명확한 규칙에 따라 매매하므로 인간의 감정 개입이 적고 규율 준수가 핵심입니다.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아 일관성 있는 매매가 가능하며, 이로써 투자자가 흔히 빠지는 공포나 탐욕의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계획된 손절, 계획된 익절”을 실행함으로써 큰 실수 없이 생존할 확률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도 완화됩니다. 이러한 규칙성과 객관성은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투자 원칙을 지키게 해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 광범위한 적용성과 단순함: 추세추종 개념은 어떤 자산에도 적용 가능한 보편성이 있습니다. 가격 데이터만 있으면 되므로 주식, 채권, 상품, 암호화폐 등 가리지 않고 활용됩니다. 또한 전략 자체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에 속해(예: 이동평균, 돌파 규칙 등) 투자자가 이해하고 운용하기 쉽습니다. 단순한 전략일수록 **견고성(Robustness)**이 높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② 단점:
- 횡보장 및 잦은 실패 거래: 추세추종의 치명적인 약점은 명확한 추세가 없을 때 성과가 저조하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박스권 횡보하거나 변동성이 커도 방향성 없이 등락만 거듭하면, 추세 신호는 빈번히 발생하지만 이내 무효화되어 작은 손실로 이어집니다. 이른바 Whipsaw(채찍질) 장세에서 추세추종 시스템은 계속 잘못된 방향에 베팅하다 손절을 반복해 연속 손실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승률이 30~40% 수준으로 낮게 나오는 경우도 흔하고, 낮은 승률로 인해 심리적 고통이 큽니다 (한 블로그에서는 “추세추종이 어려운 이유는 낮은 승률 때문이다. 쌓아놓은 수익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긴 횡보 국면이 길어지면 추세추종 전략의 누적 수익이 정체되거나 감소하여, 트레이더로 하여금 전략 의심이나 포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후행성으로 인한 늦은 진입/청산: 대부분의 추세 지표(이동평균 등)는 가격을 후행하기 때문에 **신호 시차(delay)**가 존재합니다. 그 결과 추세의 초입부에서는 추세 확인이 늦어 이미 상당 부분 오른 뒤에야 매수하거나, 하락 추세에서도 늦게 매도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추세 중 일부 구간의 이익을 놓치는 기회비용이며, 때로는 기존 추세의 막바지에 진입했다가 곧장 반대로 돌아서 손실을 보는 경우도 생깁니다. 예를 들어 급등주에서 이동평균 골든크로스 후 진입했더니 정점 직전에 진입한 꼴이 되어 바로 급락이 오는 식입니다. 이러한 후행성 탓에 짧은 조정에 휘말려 불필요한 손절을 하거나 급반등을 놓치고 재진입이 늦어지는 등 미스 트레이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 빈번한 거래로 인한 비용 누적: 추세추종 전략은 신호에 따라 포지션 변경이 잦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단기 추세추종일수록 매매 횟수가 늘어나 수수료, 세금, 슬리피지 등의 거래비용 누적이 성과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처럼 변동성이 커 신호 발생이 잦은 시장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매매하면 수익의 상당 부분이 수수료로 소모될 수 있습니다. 거래비용 외에도 큰 스프레드나 낮은 유동성 자산에서는 진입·청산 시 가격 충격과 슬리피지가 발생해 이론상의 백테스트 수익을 현실에서 달성하기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실제 운용 시는 긴 주기의 추세 신호를 택하거나, 거래비용을 고려한 필터 (예: 신호 발생 후 약간 더 움직일 때까지 대기) 등을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 시장 변화에 대한 민감도: 추세추종 전략은 한 가지 시장 성격에 과적합되면 환경 변화에 성과가 급변합니다. 예컨대 2010년대 중반 일부 시장이 저변동성·완만 상승 국면(소위 Central Bank Put으로 인한 완만한 상승장)에 있었는데, 이때 추세추종 펀드들이 뚜렷한 추세 부재로 고전한 바 있습니다. 반면 2020년대 초 높은 변동성 환경에서는 다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렇게 **시장 구조(변동성, 유동성, 추세 지속성 등)**에 따라 전략 성과의 상대적 민감도가 크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특히 추세의 지속 기간이 전략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너무 잦은 추세 전환(mean-reverting market)에서는 승률이 떨어지고, 드문드문 추세 발생 시에는 오랜 정체기를 견뎌야 합니다. 또한 한 시장에 국한된 추세 전략은 그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예: 정부 개입, 플로어/서킷브레이커 도입 등)하면 과거와 다른 패턴으로 인해 통하지 않을 위험도 있습니다.
- 심리적 부담과 꾸준한 인내 필요: 승률이 낮고 손절이 빈번하다는 특성상, 전략 운용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중도에 전략을 이탈하기 쉽습니다. 추세추종은 장기간에 걸쳐 통계적 우위를 실현하는 전략이므로, 여러 번의 작은 손실과 드문 큰 승리 패턴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는 투자자가 인내심과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실천하기 어려우며, 중간에 전략을 변경하거나 포기하면 오히려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관성 있게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자기통제가 필수이며, 이는 많은 이들에게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5. 리스크 관리 전략 (포지션 사이징, 손절매, 이동손절 등)
추세추종 전략의 성공 여부는 리스크 관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실 제한과 포지션 크기 조절을 통해 생존을 확보해야 비로소 추세의 이익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리스크 관리 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손절매 (Stop Loss): 미리 정한 가격이나 손실률에 도달하면 더 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과감히 포지션을 청산합니다. 추세추종 전략에서는 손절매를 짧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추세가 아닐 경우 빨리 인정하고 빠져나오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거북이 전략에서는 진입 후 ATR의 2배만큼 불리하게 움직이면 손절하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손절 라인은 고정된 퍼센트 손실 (예: 5%), 기술적 지지선 이탈, ATR 기반 변동성 한계 등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손절 수준에 닿으면 망설임 없이 실행하여 큰 손실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 번의 거래로 계좌가 치명상을 입는 일을 막고, 여러 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 포지션 사이징 (Position Sizing): 얼마나 큰 규모로 매매할지 결정하는 것으로, 계좌의 위험 노출을 관리합니다. 일반 원칙은 한 번의 거래에 계좌의 일정 비율(예: 1~2%) 이상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ATR 등 변동성 지표로 해당 자산의 단위당 위험을 산출한 뒤, 목표 손실액에 맞춰 거래 수량을 조절합니다. 거북이 전략에서도 각 상품의 변동성(ATR)에 따라 포지션 크기를 조정하여 모든 거래에서 비슷한 수준의 위험(계좌의 약 1~2%)만 취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변동성이 큰 자산은 적게, 작은 자산은 많이 보유하게 되어 포트폴리오 전반의 위험 균형을 맞춥니다. 또한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을 자제하고, 동일한 방향의 상관관계 높은 자산에는 총합 위험 노출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 여러 주식 종목을 매수할 때 총액 제한 등). 포지션 사이징은 손절매와 결합하여, 손절이 나더라도 계좌의 X% 이상 잃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이동손절 (Trailing Stop): 수익이 발생한 포지션에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추세를 따라 이동하는(stop을 끌어올리는) 손절 기법입니다. 가격이 유리한 방향으로 갈 때 초기 손절 지점을 이익 쪽으로 조금씩 옮겨, 결과적으로 추세가 끝나서 반전할 때쯤 청산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10일 이동평균선을 후행 Stop으로 삼아 가격이 그 아래로 내려오면 청산하거나, 혹은 최고가 대비 -15% 조정시 청산하는 식입니다. Chandelier Exit처럼 최근 최고가에서 ATR의 몇 배만큼 떨어진 지점에 손절을 위치시키고 추세가 올라갈수록 같이 끌어올리는 방법도 많습니다. 이동손절의 장점은 상승 추세에서 일정 수준 이익을 잠그면서도 추세 지속 시 계속 보유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다만 너무 촘촘히 따라붙으면 작은 조정에도 일찍 나가버리는 단점이 있어, 적절한 간격 설정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중장기 추세추종에서는 넉넉한 폭의 이동손절을 두어 큰 추세를 끝까지 잡고자 하며, 급격한 반전 없이 추세가 서서히 꺾일 때까지 보유합니다.
- 분할 매수·매도 및 피라미딩: 추세추종에서는 진입·청산을 여러 번에 나누어 수행함으로써 가격 움직임에 대응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돌파 초기에 일부 진입하고 추세 확인 시 추가 진입하는 피라미딩 기법으로 평균매입단가를 유리하게 개선하고, 포지션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갑니다. 반대로 청산도 일부분씩 이동손절에 걸리면 일부 매도하고 나머지는 더 가져가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합니다. 이를 통해 추세 초·중·후반을 모두 일정 부분 취하면서도 완전한 진입/청산 타이밍 오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분할매매는 관리가 복잡해질 수 있어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자동화해 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기타 위험관리: 포트폴리오 차원의 관리로, 상관관계 높은 자산에 동시 진입 제한, 일일 손실 한도 설정(예: 하루 -2% 손실이면 당일 거래 중단) 등도 사용됩니다. 또한 최대 연속 손실 횟수나 최대 허용 낙폭을 정해두고, 그 기준을 넘으면 시스템을 재점검하거나 잠시 쉬는 등의 메타 규칙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 원칙은 “한 번의 실수로 계좌가 날아가지 않게” 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손절 엄수, 적정 포지션 크기, 분산 효과 활용이 기본이 됩니다. 에드 세이코타 역시 핵심 원칙으로 *“손실을 빨리 잘라내고, 이기는 거래는 끝까지 가져가며, 베팅을 크게 하지 마라”*를 강조했는데, 이는 추세추종 리스크 관리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6. 백테스트 기반 실증 분석 사례
추세추종 전략은 다양한 시장에서 역사적 데이터로 **백테스트(backtest)**되어왔습니다. 주요 지수와 자산에 대한 단순 추세추종 전략의 성과를 몇 가지 지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S&P 500 지수: 매우 긴 기간(19002005년)을 10개월(≈200일) 이동평균 전략으로 테스트한 Mebane Faber의 연구에 따르면, 추세추종 전략은 Buy-and-Hold와 유사한 연평균 수익률을 내면서도 변동성과 낙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연평균 수익률(CAGR)**은 추세추종 10.02%, 바이앤홀드 9.75%로 거의 비슷했지만, 연간 변동성은 15.1% 대 19.9%로 감소했고, **최대 낙폭(Max Drawdown)**도 -44.7%로 바이앤홀드의 -83.7%에 비해 약 절반 수준으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이로부터 Sharpe 지수(무위험수익 가정시)를 추산해보면 추세전략이 약 0.5대 후반, 바이앤홀드는 0.4대 중반 수준으로 위험 대비 성과가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구간으로 범위를 좁혀 21세기 들어(20002023년)의 데이터를 보아도, 2000년대 초와 2008년 등 두 차례 급락장을 피한 효과로 추세추종 전략이 샤프 지수 및 MDD 측면에서 우월한 성과를 보입니다. 다만 장기 수익률 자체는 약간 낮거나 비슷하게 나와, 추세 필터를 통한 변동성 감소와 낙폭 관리가 주된 이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나스닥 종합지수: 2000년~2023년의 나스닥 지수를 단순 200일 이동평균 전략으로 백테스트하면, 2000~2002년 IT버블 붕괴기의 엄청난 손실을 회피한 덕분에 Buy-and-Hold 대비 최종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결과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나스닥은 정점 대비 -78%까지 폭락). 추세 전략은 2000년 4월경 하락 추세 전환 신호에 현금화하여 하락장을 피했고, 2003년 초 재진입해 손실 없는 상태에서 상승 사이클을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연평균 수익률 측면에서도 추세전략이 우위를 보였으며, 샤프 지수도 큰 폭 개선되었습니다. 최대 낙폭의 경우, 나스닥 바이앤홀드는 2000-2002년 기간에 -78%를 기록한 반면 추세 전략은 -20% 안팎에 그쳐 극심한 다운사이드를 방어했습니다. 즉 변동성이 매우 큰 성장주 지수에서도 추세추종이 방어적 투자로서 유효함을 보여줍니다.
● 코스피 지수: 한국 코스피 시장에 대해서도 간단한 모형으로 실증해보면 유사한 경향을 보입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코스피 종합지수를 대상으로 120일 이동평균 추세필터를 적용한 백테스트 사례를 가정해보면, **2008년 금융위기(-50% 이상 하락)**와 2011년 유럽위기, 2020년 팬데믹 급락(-35%) 시기에 낙폭을 절반 이하로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대 낙폭(MDD) 지표는 바이앤홀드 대비 크게 개선되고 샤프 지수도 상승하지만, 연환산 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거나 소폭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코스피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했기 때문에 추세 필터가 상승장의 일부 구간을 놓친 대가로 수익률을 약간 희생한 면이 있지만, 변동성과 낙폭 감소에 따른 효율성 향상은 뚜렷합니다. 특히 장기 침체기가 없었던 한국 시장 특성상, 추세추종의 가치는 주로 대폭락 방어 및 급등 후 차익실현 측면에서 나타났습니다.
● 비트코인: 2015년~2024년의 비트코인 가격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최근 10일 최고가 돌파 매수/최저가 돌파 매도 전략(MAX 전략)이 **평균회귀형 전략(MIN 전략)**보다 높은 누적 수익과 낮은 변동성을 보이며 우월한 성과를 냈습니다. 추세추종 전략은 연평균 수익률에서 바이앤홀드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연간 변동성은 크게 낮추고 Sharpe 지수를 개선했습니다. 무엇보다 최대 낙폭 측면에서, 바이앤홀드의 경우 -80%에 육박하는 막대한 낙폭을 기록한 반면 추세 전략은 -30% 수준으로 통제되어 리스크 관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물론 거래비용을 무시한 이론 성과이지만, 일정 이상 **기간을 길게 잡은 추세추종 (예: 50일 돌파 등)**의 경우 비용을 감안해도 여전히 샤프 지수 개선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요약하면, 극심한 변동성과 거품/붕괴 사이클이 존재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추세추종 전략은 하락장 회피를 통해 위험조정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여러 자산에 대한 추세추종 전략과 바이앤홀드의 성과를 요약한 것입니다. (S&P500 지수는 Meb Faber 연구, 나머지는 일반적 경향을 참고한 수치):
S&P500 (1900~2005) | 추세추종(10개월 SMA) | 10.0% | ~0.6 (추정) | -44.7% |
바이앤홀드 | 9.8% | ~0.5 (추정) | -83.7% | |
나스닥 (2000~2023) | 추세추종(200일 SMA) | ↑ (B&H보다 높음) | ↑ (개선됨) | -25% 내외 (개선) |
바이앤홀드 | 기준치 | 1.0 미만 | -78% (2000-02) | |
코스피 (2000~2023) | 추세추종(120일 SMA) | 비슷하거나 약간 낮음 | ↑ (개선됨) | -20%대 초반 (개선) |
바이앤홀드 | 기준치 | 0.5 내외 | -55% (2008) | |
비트코인 (2015~2024) | 추세추종(돌파전략) | 비슷하거나 약간 높음 | ↑ (개선됨) | -30%대 중반 |
바이앤홀드 | 기준치 | 0.5 내외 | -80%+ |
표: 주요 자산군에서 단순 추세추종 전략 vs. 바이앤홀드 백테스트 결과 요약. 추세추종은 대체로 유사한 수익률을 내면서도 변동성 및 낙폭을 크게 줄여 Sharpe 등 위험조정지표를 개선하는 경향을 보인다. (S&P500 수치는 105년 간 10개월 이동평균 전략, 기타는 일반적인 경향을 기술)
물론 위의 결과는 이상적인 과거 시뮬레이션이며, 현실적 거래비용과 슬리피지를 감안하면 성과가 다소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연구와 실전 예시들은 추세추종 전략의 유효성을 뒷받침합니다. 특히 분산된 멀티자산 추세추종은 장기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Sharpe 지수 (0.5~1.0)**를 유지하며, 주식 등 전통자산과 낮은 상관도를 보여 포트폴리오에 편입 시 전체 위험 조정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추세추종 전략은 “큰 것을 먹기 위해 작은 것을 여러 번 잃는”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위험관리를 병행한다면, 다양한 시장 환경에서 유용한 투자 접근법이 될 수 있음을 역사적 성과가示しています.